소비자 골탕 먹이는 전세형 분양…2년 살아보라고? 이자폭탄 ‘째깍째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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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짱알이 작성일14-02-11 09:39 조회27,956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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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용 95㎡(39평) 실입주금 1억2000만원부터’.
두산건설이 경기도 일산 탄현동에 공급한 두산위브더제니스 ‘신나는 전세’ 프로모션 내용이다. 입주금이 저렴할 뿐 아니라 매달 공용관리비와 생활비까지 지원된다고 알려져 많은 사람의 이목을 끈다.
김혁근 씨(가명·38)도 파격적인 조건에 혹해 여러 차례 상담을 받았다. 그러나 계약 체결 직전 ‘신나는 전세’를 포기하고 인근 공인중개업소를 통해 전세 계약을 맺었다. 전세금은 1억8000만원. ‘신나는 전세’ 이용 시보다 6000만원가량 비싸지만 리스크가 없다는 점에서 그 비용이 아깝지 않다고 전한다.
대체 어떤 리스크가 있길래 수천만원을 더 부담한 것일까. 김 씨는 “신나는 전세는 사실 전세가 아니다. 회사와 매매 계약을 체결하고 3년간 살아보는 프로그램이라 엄밀히 말하면 조건부 매매라고 하는 게 맞다”면서 “3년 뒤 분양가인 6억원대에 집을 사야 한다. 향후 집값이 얼마나 떨어질지 모르는 마당에 덜컥 매매 계약을 하는 건 위험한 것 같다”고 말했다. 벌써부터 집값은 분양가보다 한참 내려가 있다. 두산위브더제니스 95㎡(전용면적)의 경우 분양가는 6억원대 중반이었지만 현재 5억5000만원 선에 매물이 나와 있다. 최대 1억원 가까이 하락한 셈이다.
‘일단 살아보고 결정하라’는 전세형 분양 방식이 여전히 기승을 부린다. 잘 알려진 전세형 분양 방식인 애프터리빙제(잠깐용어 참조)에서 신나는 전세, 스마트리빙, 프리리빙제, 리스크프리 등 명칭만 달라졌을 뿐이다. 분양대금의 일부를 납부한 뒤 2~3년간 살아보고 나서 구입 여부를 결정하는 기본 골격은 동일하다.
전세형 분양 방식은 전세처럼 산다지만 대부분 임대가 아닌 매매 계약이란 점이 특징이다. 입주민이 주변 시세보다 낮은 전세 보증금 수준으로 새 아파트에 입주한다는 기대에 부풀어 있을 때 건설사들은 매매 계약서를 들고 은행에 가서 입주자 명의로 중도금 대출을 받는다. 미분양이 발생하면서 자금 압박에 시달리는 건설사들이 부족한 자금을 융통하는 수단으로 전세형 분양 방식을 활용하는 셈이다.
이 과정에서 수많은 문제가 발생한다. 전세형 분양 방식을 전세로 착각하고 계약한 이들 중에는 졸지에 1가구 2주택자가 되는 사람이 다수다. 생애최초주택 구입 대상자 지위를 잃어버려 다음에 진짜 집을 매입하려 할 때 대출이자 감면, 취득세 면제 등 각종 혜택을 받지 못하는 것은 물론이다. 2년 뒤 더 이상 살지 않고 나가겠다고 했을 때 업체가 계약상의 조건을 들어 분양대금을 돌려주지 않아 속을 썩는가 하면, 시공사 또는 시행사가 부도를 내면서 계약자가 주택임대차보호법에 의해 보호받기는커녕 돈을 한 푼도 못 건지는 사례도 발견된다. 낸 돈만 날리는 게 아니라 본인 명의로 받은 거액의 대출금만 떠안게 되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두산건설 ‘신나는 전세’, 무늬만 전세
지난가을 국정감사 때 전세형 분양 방식의 허점이 제기된 후 뒤늦게 정부와 금융당국이 소비자 보호 강화를 외쳤지만 실질적인 보호 수단을 마련하지 못한 상황이다. 계약서에 애매한 조항이 있을 경우 피해는 고스란히 소비자 몫이다. 현재로선 김태원 새누리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주택법 개정안이 전부. 이 개정안에 따르면 건설사는 전세형 분양 방식을 체결한 입주 예정자에게 해당 계약의 성격과 환매 방법 등의 설명을 의무로 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이미 계약을 맺은 입주민에게는 해당되지 않는다.
반도건설과 입주자 간 소송이 진행되고 있는 서울 영등포구 당산동의 ‘반도유보라팰리스’ 사례를 보자.
반도건설과 전세형 분양 계약을 맺은 반도유보라팰리스 입주민들은 지난해 2년 만기가 돌아와 구입 여부를 결정해야 했다. 분양가보다 집값이 무려 4억~5억원가량 떨어진 상황에서 이들의 선택권은 나가는 것밖에 없었다. 입주자가 전매(제3자에게 소유권을 넘기는 행위)에 나설 경우 건설사가 적극 협조한다는 특약사항을 곧이곧대로 믿은 이들은 인근 부동산에 집을 내놨지만, 대형 평형대(158㎡, 187㎡)라 찾는 사람도 없고 설사 있다 해도 건설사에서 인정해주질 않았다. 건설사가 “분양가보다 터무니없이 낮은 가격에 매매가 될 경우 분양가와 매매가의 차액분을 부담할 수 없다”는 주장을 폈기 때문이다.
분양가 13억원짜리 집에 3억3000만원을 내고 들어간 B씨 스토리는 이렇다. B씨가 낸 돈은 3억3000만원에 불과하지만 실제로는 13억원을 모두 지불한 것이나 다름없다. 건설사는 B씨 명의로 9억7000만원의 대출을 받고 그동안 이자를 대신 내왔다. 결국 B씨는 3억3000만원을 현금으로 내고 9억7000만원을 대출받아 그 집을 구매한 것과 다를 바 없는 셈이다. B씨가 이 집을 팔려고 내놨는데 현재 시세는 9억원도 채 안 된다. 운 좋게 9억원에 판다 쳐도 B씨는 자신이 지불한 금액을 돌려받기는커녕 대출금도 다 갚지 못하게 된다. 이런 사태가 생기면 건설사는 입주자가 손해를 보지 않게 하기 위해 차액을 보전해주기로 했었다. B씨가 9억원에 집을 팔면 13억원과 9억원의 차액인 4억원을 건설사가 B씨에게 지급하는 식이다.
반도건설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집주인들은 집값을 한 푼이라도 더 받기 위해 매매가를 올린다. 그러나 당산동 입주민들은 회사가 차액분을 부담해준다는 걸 알기 때문에 가격을 시세보다 더 낮춰 내놓는 경향이 있다. 시세가라면 인정 안 할 이유가 없다”고 설명한다. 이에 반도유보라팰리스 입주민 B씨는 “시세에 높고 낮음이 어디 있나. 우리가 제시한 가격 이상에 팔 수 있다면 회사가 직접 팔아야 되는 것 아닌가. 그렇게 하지 않을 거라면 차액을 주는 게 맞다”고 응수했다.
현재 전세형 분양 계약을 맺고 반도유보라팰리스로 입주한 이들 중 이주한 사람은 한 명도 없다. 이사를 가고 싶어도 회사에서 분양대금을 돌려주지 않아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 처한 것이다. 반도건설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앞의 B씨는 “회사가 부도가 나면 분양대금을 돌려받지 못하고, 10억원에 이르는 은행 대출금만 떠안아야 한다는 생각에 걱정이 크다”고 말했다.
반도유보라팰리스 사태는 시작에 불과하다는 의견이 많다. 전세형 분양 방식이 2012년 이후 유행처럼 번지기 시작했기 때문에 2년이 지난 올해부터 문제점이 본격적으로 불거질 거란 예상이다. 올해 집값이 바닥을 치고 반등할 것이란 기대감이 큰 상황에서 자칫 전세형 분양 단지가 발목을 잡을 수도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전세형 분양 단지는 주로 대형 평수 미분양이 많은 경기도 김포, 일산, 용인 일대에 많이 포진해 있다. 그 외 지역은 서울과 인천, 부산 정도다. GS건설, 두산건설, 대우건설 등 시공능력평가 순위가 높은 건설사들이 시공한 단지가 많아 계약금을 떼일 가능성은 적지만 대신 수천만원의 위약금을 물 수는 있다.
GS건설이 경기도 일산 식사동에 공급한 ‘일산자이 위시티’의 경우 오는 5월부터 전세형 분양(애프터리빙) 계약을 한 입주민들이 구입 여부를 결정하는데, 환매를 요청하면 그간 건설사가 대납한 이자를 지불해야 한다. 3년 치 이자를 한 번에 지불해야 할 경우 이자 폭탄을 맞게 된다.
두산건설은 3년 뒤 매수자가 있든 없든 두산위브더제니스 입주자에게 전액을 환불한다고 설명하지만 퇴거 전 환불되는 금액은 90%에 불과하다. 나머지 10%는 집 상태를 보고 주겠다는 게 두산건설의 입장. 거주 시설이 훼손되거나 분실됐을 때는 원상복귀에 들어가는 비용을 입주민에게 일부 부과하겠다는 얘기다.
전문가들은 이런 사태에 맞부딪치지 않기 위해 건설사들이 내놓는 전세형 분양 제도를 꼼꼼히 살피고 불명확한 부분에 대해선 회사 측의 자세한 설명을 들을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윤지해 부동산114 선임연구원은 “분양 계약서에 구입을 안 할 경우 소비자가 물어야 하는 위약금이 얼마인지 정확하게 명시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나중에 건설사가 중도금 대출 이자에 건물 사용 비용까지 더해 위약금을 산정해도 호소할 데가 없다. 또 최종적으로 분양받을 거라면 평당 얼마에 구입할 것인지도 계약서에 써놓아야 한다. 꼭 분양가대로 구입하란 법은 없다. 준공 후 미분양 물량은 할인분양 대상이다”라고 조언했다.
이는 아직 계약을 안 한 경우다. 이미 계약을 했거나 입주해 살고 있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양지영 리얼투데이 리서치자문팀장은 “계약을 되돌릴 수 없는 상황이라면 무엇보다 입주 후 보증금을 돌려받을 수 있는지부터 확인해야 한다.계약서를 작성하는 단계라면 건설사에 유리한 쪽으로 내용이 담기지 않도록 용어 하나하나에 신경을 써야 한다. 매매 시점이 표기돼 있는지, 환불 조건은 어떻게 되는지는 물론이고 보증 주체가 영세한 시행사나 분양 대행업체인지도 살펴야 할 것”이라고 귀띔했다.
잠깐용어 *애프터리빙제
분양금액의 20~30%를 계약금 명목으로 내고 2~3년간 살아본 뒤 구매 여부를 결정하는 방식임. 임대 계약 아닌 매매 계약을 체결한다는 점에서 일반 전세와는 다른 개념이다.
두산건설이 경기도 일산 탄현동에 공급한 두산위브더제니스 ‘신나는 전세’ 프로모션 내용이다. 입주금이 저렴할 뿐 아니라 매달 공용관리비와 생활비까지 지원된다고 알려져 많은 사람의 이목을 끈다.
김혁근 씨(가명·38)도 파격적인 조건에 혹해 여러 차례 상담을 받았다. 그러나 계약 체결 직전 ‘신나는 전세’를 포기하고 인근 공인중개업소를 통해 전세 계약을 맺었다. 전세금은 1억8000만원. ‘신나는 전세’ 이용 시보다 6000만원가량 비싸지만 리스크가 없다는 점에서 그 비용이 아깝지 않다고 전한다.
대체 어떤 리스크가 있길래 수천만원을 더 부담한 것일까. 김 씨는 “신나는 전세는 사실 전세가 아니다. 회사와 매매 계약을 체결하고 3년간 살아보는 프로그램이라 엄밀히 말하면 조건부 매매라고 하는 게 맞다”면서 “3년 뒤 분양가인 6억원대에 집을 사야 한다. 향후 집값이 얼마나 떨어질지 모르는 마당에 덜컥 매매 계약을 하는 건 위험한 것 같다”고 말했다. 벌써부터 집값은 분양가보다 한참 내려가 있다. 두산위브더제니스 95㎡(전용면적)의 경우 분양가는 6억원대 중반이었지만 현재 5억5000만원 선에 매물이 나와 있다. 최대 1억원 가까이 하락한 셈이다.
‘일단 살아보고 결정하라’는 전세형 분양 방식이 여전히 기승을 부린다. 잘 알려진 전세형 분양 방식인 애프터리빙제(잠깐용어 참조)에서 신나는 전세, 스마트리빙, 프리리빙제, 리스크프리 등 명칭만 달라졌을 뿐이다. 분양대금의 일부를 납부한 뒤 2~3년간 살아보고 나서 구입 여부를 결정하는 기본 골격은 동일하다.
전세형 분양 방식은 전세처럼 산다지만 대부분 임대가 아닌 매매 계약이란 점이 특징이다. 입주민이 주변 시세보다 낮은 전세 보증금 수준으로 새 아파트에 입주한다는 기대에 부풀어 있을 때 건설사들은 매매 계약서를 들고 은행에 가서 입주자 명의로 중도금 대출을 받는다. 미분양이 발생하면서 자금 압박에 시달리는 건설사들이 부족한 자금을 융통하는 수단으로 전세형 분양 방식을 활용하는 셈이다.
이 과정에서 수많은 문제가 발생한다. 전세형 분양 방식을 전세로 착각하고 계약한 이들 중에는 졸지에 1가구 2주택자가 되는 사람이 다수다. 생애최초주택 구입 대상자 지위를 잃어버려 다음에 진짜 집을 매입하려 할 때 대출이자 감면, 취득세 면제 등 각종 혜택을 받지 못하는 것은 물론이다. 2년 뒤 더 이상 살지 않고 나가겠다고 했을 때 업체가 계약상의 조건을 들어 분양대금을 돌려주지 않아 속을 썩는가 하면, 시공사 또는 시행사가 부도를 내면서 계약자가 주택임대차보호법에 의해 보호받기는커녕 돈을 한 푼도 못 건지는 사례도 발견된다. 낸 돈만 날리는 게 아니라 본인 명의로 받은 거액의 대출금만 떠안게 되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두산건설 ‘신나는 전세’, 무늬만 전세
지난가을 국정감사 때 전세형 분양 방식의 허점이 제기된 후 뒤늦게 정부와 금융당국이 소비자 보호 강화를 외쳤지만 실질적인 보호 수단을 마련하지 못한 상황이다. 계약서에 애매한 조항이 있을 경우 피해는 고스란히 소비자 몫이다. 현재로선 김태원 새누리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주택법 개정안이 전부. 이 개정안에 따르면 건설사는 전세형 분양 방식을 체결한 입주 예정자에게 해당 계약의 성격과 환매 방법 등의 설명을 의무로 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이미 계약을 맺은 입주민에게는 해당되지 않는다.
반도건설과 입주자 간 소송이 진행되고 있는 서울 영등포구 당산동의 ‘반도유보라팰리스’ 사례를 보자.
반도건설과 전세형 분양 계약을 맺은 반도유보라팰리스 입주민들은 지난해 2년 만기가 돌아와 구입 여부를 결정해야 했다. 분양가보다 집값이 무려 4억~5억원가량 떨어진 상황에서 이들의 선택권은 나가는 것밖에 없었다. 입주자가 전매(제3자에게 소유권을 넘기는 행위)에 나설 경우 건설사가 적극 협조한다는 특약사항을 곧이곧대로 믿은 이들은 인근 부동산에 집을 내놨지만, 대형 평형대(158㎡, 187㎡)라 찾는 사람도 없고 설사 있다 해도 건설사에서 인정해주질 않았다. 건설사가 “분양가보다 터무니없이 낮은 가격에 매매가 될 경우 분양가와 매매가의 차액분을 부담할 수 없다”는 주장을 폈기 때문이다.
분양가 13억원짜리 집에 3억3000만원을 내고 들어간 B씨 스토리는 이렇다. B씨가 낸 돈은 3억3000만원에 불과하지만 실제로는 13억원을 모두 지불한 것이나 다름없다. 건설사는 B씨 명의로 9억7000만원의 대출을 받고 그동안 이자를 대신 내왔다. 결국 B씨는 3억3000만원을 현금으로 내고 9억7000만원을 대출받아 그 집을 구매한 것과 다를 바 없는 셈이다. B씨가 이 집을 팔려고 내놨는데 현재 시세는 9억원도 채 안 된다. 운 좋게 9억원에 판다 쳐도 B씨는 자신이 지불한 금액을 돌려받기는커녕 대출금도 다 갚지 못하게 된다. 이런 사태가 생기면 건설사는 입주자가 손해를 보지 않게 하기 위해 차액을 보전해주기로 했었다. B씨가 9억원에 집을 팔면 13억원과 9억원의 차액인 4억원을 건설사가 B씨에게 지급하는 식이다.
반도건설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집주인들은 집값을 한 푼이라도 더 받기 위해 매매가를 올린다. 그러나 당산동 입주민들은 회사가 차액분을 부담해준다는 걸 알기 때문에 가격을 시세보다 더 낮춰 내놓는 경향이 있다. 시세가라면 인정 안 할 이유가 없다”고 설명한다. 이에 반도유보라팰리스 입주민 B씨는 “시세에 높고 낮음이 어디 있나. 우리가 제시한 가격 이상에 팔 수 있다면 회사가 직접 팔아야 되는 것 아닌가. 그렇게 하지 않을 거라면 차액을 주는 게 맞다”고 응수했다.
현재 전세형 분양 계약을 맺고 반도유보라팰리스로 입주한 이들 중 이주한 사람은 한 명도 없다. 이사를 가고 싶어도 회사에서 분양대금을 돌려주지 않아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 처한 것이다. 반도건설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앞의 B씨는 “회사가 부도가 나면 분양대금을 돌려받지 못하고, 10억원에 이르는 은행 대출금만 떠안아야 한다는 생각에 걱정이 크다”고 말했다.
반도유보라팰리스 사태는 시작에 불과하다는 의견이 많다. 전세형 분양 방식이 2012년 이후 유행처럼 번지기 시작했기 때문에 2년이 지난 올해부터 문제점이 본격적으로 불거질 거란 예상이다. 올해 집값이 바닥을 치고 반등할 것이란 기대감이 큰 상황에서 자칫 전세형 분양 단지가 발목을 잡을 수도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전세형 분양 단지는 주로 대형 평수 미분양이 많은 경기도 김포, 일산, 용인 일대에 많이 포진해 있다. 그 외 지역은 서울과 인천, 부산 정도다. GS건설, 두산건설, 대우건설 등 시공능력평가 순위가 높은 건설사들이 시공한 단지가 많아 계약금을 떼일 가능성은 적지만 대신 수천만원의 위약금을 물 수는 있다.
GS건설이 경기도 일산 식사동에 공급한 ‘일산자이 위시티’의 경우 오는 5월부터 전세형 분양(애프터리빙) 계약을 한 입주민들이 구입 여부를 결정하는데, 환매를 요청하면 그간 건설사가 대납한 이자를 지불해야 한다. 3년 치 이자를 한 번에 지불해야 할 경우 이자 폭탄을 맞게 된다.
두산건설은 3년 뒤 매수자가 있든 없든 두산위브더제니스 입주자에게 전액을 환불한다고 설명하지만 퇴거 전 환불되는 금액은 90%에 불과하다. 나머지 10%는 집 상태를 보고 주겠다는 게 두산건설의 입장. 거주 시설이 훼손되거나 분실됐을 때는 원상복귀에 들어가는 비용을 입주민에게 일부 부과하겠다는 얘기다.
전문가들은 이런 사태에 맞부딪치지 않기 위해 건설사들이 내놓는 전세형 분양 제도를 꼼꼼히 살피고 불명확한 부분에 대해선 회사 측의 자세한 설명을 들을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윤지해 부동산114 선임연구원은 “분양 계약서에 구입을 안 할 경우 소비자가 물어야 하는 위약금이 얼마인지 정확하게 명시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나중에 건설사가 중도금 대출 이자에 건물 사용 비용까지 더해 위약금을 산정해도 호소할 데가 없다. 또 최종적으로 분양받을 거라면 평당 얼마에 구입할 것인지도 계약서에 써놓아야 한다. 꼭 분양가대로 구입하란 법은 없다. 준공 후 미분양 물량은 할인분양 대상이다”라고 조언했다.
이는 아직 계약을 안 한 경우다. 이미 계약을 했거나 입주해 살고 있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양지영 리얼투데이 리서치자문팀장은 “계약을 되돌릴 수 없는 상황이라면 무엇보다 입주 후 보증금을 돌려받을 수 있는지부터 확인해야 한다.계약서를 작성하는 단계라면 건설사에 유리한 쪽으로 내용이 담기지 않도록 용어 하나하나에 신경을 써야 한다. 매매 시점이 표기돼 있는지, 환불 조건은 어떻게 되는지는 물론이고 보증 주체가 영세한 시행사나 분양 대행업체인지도 살펴야 할 것”이라고 귀띔했다.
잠깐용어 *애프터리빙제
분양금액의 20~30%를 계약금 명목으로 내고 2~3년간 살아본 뒤 구매 여부를 결정하는 방식임. 임대 계약 아닌 매매 계약을 체결한다는 점에서 일반 전세와는 다른 개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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