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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로울 때 연북로를 달려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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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짱알이 작성일14-07-29 09:52 조회30,588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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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가 팽창하면서 우리의 삶은 바빠지고 있다. 도시문명은 삶의 풍요로움과 고독감을 함께 안겨주는 양날의 칼과 같다. 문명의 시작은 도로가 만들어지면서다. 따라서 도로는 과거를 지우고 현재를 만들어가는 곳, 지나간 추억과 새로운 오늘을 만나는 교차점이기도 하다.

연북로는 제주시 연동에서 조천읍 북촌까지 연결되는 왕복 6차선 도로다. 조석으로 출퇴근하는 나에게 하루일과의 안내자 역할을 톡톡히 한다.

도로 중앙분리대에 느티나무, 녹나무, 해송들이 도로의 주인처럼 하늘을 향해 우뚝 서 있다. 다섯 그루의 해송들이 지나가면 곽태기나무 여섯 그루가 나타난다.

그 다음으로 괴석과 파초에 이어 작게 핀 야생화들이 노란 모습으로 자리를 지키고 있다.

달리는 차장 밖으로 지나가는 곳에는 홍가시나무의 군락이 두부를 자른 듯이 정렬되어 붉게 타오른 화톳불을 연상시킨다.

연북로는 길지 않은 도로이면서도 구간마다 색다른 느낌을 준다. 한라도서관 신호등에서 바라보는 서쪽은 하늘과 땅이 맞닿은 곳에 다섯 그루의 해송들이 흡사 하늘을 받치고 선 모습이다.

거기에는 하늘의 세계와 지상의 세계가 교류하는 통로 구실을 한다.

지금은 희미하게 보이나 그때 가서는 만나게 될 조물주에 대한 경외감을 느끼게 한다. 해송들의 머리 위에 내려앉은 뭉게구름은 파란 물감 위의 솜털과 같다.

일상생활의 고단함에 대한 심오한 위로를 하는 조물주의 메시지로 나에게 다가온다. 나는 이곳에서 잠시 기다리는 시간이 좋다.

안개가 자욱한 장마철 깊은 밤, 적당한 거리마다 갈매기 날갯짓 모양을 한 가로등의 불빛은 마치 살아 생동하는 바다갈매기의 모습을 연상할 수 있는 분위기를 자아낸다.

안개 낀 밤 지날 때면 왜 그리 외롭게 느껴지는지 모른다. 그래서 연북로는 한쪽으로만 지나가면 외롭고 왕복을 해야 위안이 되는 길인가 보다.

출근하는 아침, 연북로에 들어서면 승용차들이 줄줄이 자신의 하루를 위해 움직인다.

고급 승용차나, 차종을 달리하는 아담한 경차들, 연북로의 아침은 하루를 시작하는 사람에게 설렘과 흥분을 갖게 한다.

시간에 쫓기는 승용차들은 지그재그로 곡예하며 달려가다 도로 변에 두 마리의 부엉이 눈을 하고 있는 교통신호등 앞에서는 얌전해진다. 어느 순간에 모든 승용차들은 질서를 잡고 도로 위에 대열을 갖추며 숨을 고른다.

퇴근길 연북로는 또 다른 의미를 갖는다. 직장에서의 피곤했던 모든 만남들을 싣고 달리는 무거운 길이 되고 있다. 하루의 만남과 풀리지 않은 일들을 안은 채 나를 짓누르는 무거움으로 함께 달린다.

하루살이는 하루의 일생을 마치고 어디론가 떠난다. 누군가는 오늘 주어진 이 시간이 인생의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사랑하고 최선을 다하라고 말한다.

그렇다면 연북로는 삶의 장이요 마지막 공간이 되는 곳인가. 도로가의 이름 모를 야생화와 나무들, 버려진 돌들과 바람에 흩어져 날리는 꽃잎들 모두는 내가 사랑해야 할 가치들이며 존재들인 것.

나는 굳게 믿고 있다. 날이 밝고 내게 다시 내일이라는 시간이 주어진다면 연북로는 나에게 또 다른 삶의 의미를 부여할 것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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