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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영리병원 결국 '철회'...그래도 책임은 무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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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1 작성일19-04-18 13:06 조회26,866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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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첫 영리병원으로 추진됐던 중국 자본의 녹지국제병원에 대한 개설허가가 결국 취소됐다. 숙의 민주주의 공론조사 결과를 뒤집고 허가를 내준지 4개월만이다.

17일자로 이뤄진 녹지국제병원에 대한 '외국 의료기관 개원허가' 취소는 법적 개원절차를 이행하지 않았다는 것이 결정적 이유다.

현행 의료법 제64조(개설 허가 취소 등)는 '개설 신고나 개설 허가를 한 날로부터 3개월 이내에 정당한 사유 없이 업무를 시작하지 아니한 때 개설 허가를 취소할 수 있다'고 규정돼 있다.

그러나 녹지그룹측은 법적 기한(3월 4일) 내 병원 개원 및 진료 개시를 하지 않았다. 이에 따라 허가 취소 청문절차가 진행됐고, 제주도는 청문주재자의 의견을 수용해 취소 처분을 결정했다.

'내국인 진료금지'라는 조건부 허가사항을 취소해달라는 행정소송을 제기한 녹지측이 막바지에 소송 등을 이유로 해 개원 연기를 요청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원희룡 지사는 17일 기자회견에서 "병원개설이 이뤄지지 않은데 대한 정당한 사유가 없다"며 취소 결정 배경을 밝혔다. 그동안 개원허가가 나간 후 협의에 응하지 않다가 지금 와서야 시간이 필요하다며 개원 시한 연장을 요청하는 것은 앞뒤 모순된 행위라고 했다.

이로써 녹지국제병원 허가 논란은 4개월만에 '취소' 처분으로 바뀌면서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됐다.

이번 허가 취소는 지극히 당연한 결과라 할 수 있다. 애초에 잘못됐던 결정이 이제서야 조금씩 바로잡히고 있는 것이다.

사실 영리병원 논란은 지난해 10월 제주도민 공론조사 결과에서 '불허' 권고가 나올 때 이미 종지부를 찍었야 할 문제였다.

그러나 원 지사가 이를 뒤집고 '허가' 결정을 내리면서 상황은 복잡하게 꼬여버렸고, 녹지그룹측에는 더 없는 법적대응의 빌미를 제공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최초 허가 결정을 내린 것도 원 지사였고, 이번에 허가 취소를 결정한 것도 원 지사였으나, 지금 대혼란 상황의 원인 제공자도 바로 원 지사인 셈이다.



최초 영리병원 개원허가 결정은 독선과 오만, 불통의 극치이자, 민의를 짓밟는 도민 배반이자, 민주주의 파괴에 다름 없었다. 또한 지방선거를 앞두고 공론조사를 수용한 것은, '선거전략' 차원의 도민 기만이라는 의구심을 갖게 한다.

바로 이러한 이유 때문에 시민사회로부터 퇴진압력을 받았고, 전 국민적 저항에 직면했다.

어찌보면, 이번 허가 취소처분을 결정한 것은 원 지사의 자발적 '결단'이 결코 아니었던 것이다. 들끓는 성난 민심, 전 국민적 저항과 압박이 지금의 결과를 만들어냈다고 해야 할 듯하다.

'취소 결단'은 종전 입장에 대한 '철회' 내지 '번복'이 보다 정확한 표현이라 하겠다.

그럼에도 원 지사는 여전히 자기 합리화와 어줍은 변명을 늘어놓는 이해못할 행보를 이어나가고 있다.

취소 처분을 발표하는 기자회견 자리에서도 그랬다. 또 다시 '해명 레퍼토리'를 다시 늘어놓았다.

"(당초 개원허가를 내준 것은) 공론조사 침체된 경제 살리기와 새로운 의료관광산업 육성, 행정에 대한 신뢰도 확보, 이미 채용된 직원들의 고용관계 유지를 비롯한 한.중 국제관계 등의 문제를 종합적으로 고려한 판단이었다."

공론조사 결과를 수용하지 않은 것에 대한, 단 한 마디 사과도 없었다.

원 지사의 '레퍼토리'의 논리 또한 궁색하다. 짜내고 짜내어 열거한 논리의 내용들은 '견강부회(牽強附會)'를 넘어 '교언영색(巧言令色)'이다.

경제 살리기, 의료관광산업 육성, 한.중 관계 등의 이유가 갑자기 돌출된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런 이유는 공론조사 청구를 수용키로 결정한 작년 3월에도 똑같이 존재했다.

원 지사의 말이 진정이라면, 정말 그 이유 때문이었다면 애초 공론조사 청구를 수용할 수 없다고 밝혔어야 했다. 그런데도 왜 그땐 아무 말도 안하고 공론조사를 수용했는가.

어불성설이다. 책임을 면하기 위한 치졸한 변명이자, 도민을 기만하는 자기모순적 논리에 다름 아니다.

변명을 하지 않음만 못하다. 오히려 스스로를 어줍게 하고 있다.

사실 제주 영리병원은 공론조사 결과 때문이 아니더라도, 조건부 허가 사유의 타당성 자체에 의문이 많았다.

녹지측은 애시당초 병원을 개원할 의지가 약했다. 자체적으로 병원 운영경험이 전무함에도 허가가 난 점, 이로 인해 국내 법인의 우회투자 논란을 초래했다. '자격 미달'이라는 합리적 의심을 갖게 하는 대목이다.

또한 병원건물은 1000억원이 넘는 자금을 지불하지 못해 가압류된 상태였고, 의사는 허가가 이뤄진 시점까지 단 1명도 채용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녹지측은 제주도에 병원 인수 또는 제3자 인수를 요청한 사실도 밝혀졌다. 사실상 사업포기 의사를 전달했던 것이다. 그럼에도 원 지사는 '허가'를 했었다.

그리고 이제와서 또다시 억지식 변명을 하고 있다. 참으로 실망스럽다. 공론조사 결과를 뒤집은 일에 대해서는 변명이 아니라 진심어린 사과 한마디가 필요했다.

이런 이유로, 이번 허가 취소에도 불구하고 영리병원 문제에 있어 원 지사의 책임은 여전히 무겁게 다가온다. 잘못된 결정으로 인해 파생된 혼란의 상황을 결자해지 차원에서 수습해야 한다.

이제 두 가지 과제가 남아있다. 하나는, 녹지측의 법적소송에 대한 대응의 문제이고, 다른 하나는 녹지국제병원 건물의 활용 및 헬스케어타운 기능에 관한 문제다.

녹지측의 소송은 당면한 중요한 과제이다. 내국인 진료금지 허가 조건에 대한 소송을 진행 중인 가운데, 이번 허가 취소처분을 무효화해달라는 소송이 이어질 전망이다.

어느 것 하나 소홀할 수 없다. 소송 중 어느 하나에서 패소하더라도, 영리병원은 다시 재추진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제주도정이 혼란 상황을 자초한 책임이 큰 만큼, 녹지측의 소송에 강력히 대응해야 하는 모습을 보여야 할 것이다.

또한 녹지국제병원을 공공병원으로 전환하는 것을 포함해 헬스케어타운 조성사업의 방향에 대한 논의도 시작해야 한다. 이를 위해 제주도의회 도정질문에서 제안됐던 JDC, 녹지그룹, 정부, 제주도 4자간 협의를 시도할 필요가 있다.

이제 지방정가나 시민사회단체에서는 원 지사의 행보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원 지사로서는 어쩌면 지금이 '공론조사 뒤집기' 과오를 만회할 더 없는 기회이기도 하다. 자기 합리화의 화려한 언술보다는, 진심어린 문제 해결 의지를 보여줄 것을 도민들은 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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