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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자연유산 선흘2리의 '위기', 그곳에서는 무슨 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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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1 작성일19-07-31 10:49 조회27,443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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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네스코가 지정한 세계자연유산이자 세계 최초 람사르습지도시로 지정된 제주시 조천읍 선흘2리 마을이 제주동물테마파크 개발사업을 둘러싸고 심각한 갈등의 소용돌이에 휩싸였다.

'제주동물테마파크 반대'를 공식입장을 채택한 선흘2리 마을회가 최근 마을이장이 돌연 입장을 바꾸고 사업자와 '상생협약'을 체결한 것으로 확인됐기 때문이다.

마을회에서 공식적으로 결성한 반대대책위원회 주민들은 강력 반발하고 나섰다.

최근 제주도청 고위공직자가 제주도의회 행정사무조사 자리에서 "마을회의 공식입장은 찬성"이라는 왜곡된 거짓발언으로 파문을 빚은데 이어, 이번 협약체결은 마을 내에서 큰 파장으로 이어지고 있다.

세계자연유산 마을의 천혜의 자연경관을 파괴하는 난개발 논란, 최초 사업자의 '공유지 되팔기' 논란, 7년만에 사업을 전면 수정해 재추진되고 있음에도 환경영향평가 절차를 면제받은 특혜논란, 그리고 이번 마을공동체 내 찬반갈등 촉발.

조용하던 세계자연유산 마을은 '개발의 광풍'으로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마을 이장의 갑작스런 입장변경,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일까.

◆ 논란의 '상호협약서, 어떤 내용이?

선흘2리마을회 정모 이장과 제주동물테마파크 대표이사는 지난 26일 체결한 '지역상생방안 실현을 위한 상호협약서'를 체결했다.

사업자가 마을에 7억원의 발전기금을 지원해주고, 마을회는 이 사업에 적극 협력한다는 것이 협약의 핵심 내용이다.

협약 내용을 보면, "마을회는 제주동물테마파크의 지연된 사업의 신속한 재개를 위하여 행정절차상의 인허가, 급수공급 관련 협의, 지역사회와의 협의 등 행정관청, 언론, 유관 기관 등과의 실무 진행 지원에 의무를 다한다"는 내용이 명시됐다.

이번 협약으로 행정 인허가나 급수공급 협의는 물론 행정관청과의 실무 진행에 지원을 해야 한다는 점을 의무사항으로 명시한 것이다.

뿐만 아니라 "마을회는 향후 선의와 성실로 동물테마파크 사업이 지역의 발전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최고의 테마파크로 운영될 수 있도록 적극 협조할 의무를 진다"는 조항도 명시됐다.

마을회의 적극 협조를 '의무화'하고 있는 것이다. '의무'라는 표현은 일반적 협약서에서 보기드문 사례여서 주목된다.

'마을회의 의무' 세부적 사항에서는 '대내외 민원 및 이슈사항에 대한 지역민의 협조의견 전달' 부분이 명시됐다. 개발사업 추진과정에서 나타날 수 있는 대내외의 민원이나 이슈가 있을 때 마을회에서 협조의견을 잘 전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사업자가 해야 할 역할에서는 선흘2리 마을발전기금으로 '7억원'을 지원한다는 내용이 명시됐다.

특이한 점은 이 7억원의 지급사유도 함께 명문화됐다는 점.

협약서에서는 "지급 사유는 조성사업 진행 및 운영 상 마을회에서 동의하는 뜻에 대한 보상의 의미를 담고 있다"고 명시했다.

이는 사실상 이 7억원으로 개발사업에 대한 마을회의 '동의'를 획득한 것이자, '보상' 문제도 이뤄졌다는 의미를 부여하고자 한 조항으로 풀이된다.

결국 이 협약서는 단순한 상생협의 차원을 넘어, 마을회가 개발사업에 고식적으로 '동의'하며, 보상문제 협의까지 완료됐음을 선언하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 마을 이장 갑작스런 입장 변경...왜?

이에 대해 선흘2리 정모 이장은 30일 <헤드라인제주>와의 전화통화에서 "마을에서 찬반이 나눠지다 보니 분란이 커졌고, 이 분란을 정리할 필요가 있어서 협약을 체결하게 된 것"이라고 밝혔다.

마을총회 의결을 거치지 않고 이장이 직권으로 협약을 체결한 것은 문제가 되지 않느냐는 질문에는, "이장 직권으로 협약체결이 가능하다"면서 "이것으로 마을의 공식입장은 곧 정리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마을회의 이 입장은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기 힘든 상황이다.

그동안 정 이장이 기자회견 등을 통해 언론에 수차례 '반대' 당위성을 밝혀왔는데, 갑작스럽게 입장을 변경했기 때문이다.

그는 지난 3월 27일 제주도의회 도민의방에서 선인분교 학부모들과 함께 기자회견을 열어 세계자연유산마을에서 동물테마파크가 들어서는 것은 있을 수 없다며 '결사 반대' 입장을 천명한 바 있다.

당시 정 이장은 "오늘 기자회견은 마을회 임시총회를 통해 결정한 공식적 의견"이라며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마을을 파괴하는 대명 제주동물테마파크사업을 즉각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그는 또 "우리는 아픈 역사와 척박한 환경 속에서도 서로 상부상조하며 힘겹게 마을을 지켜왔고, 다행히 우리들의 노력은 2007년 거문오름이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 지정되는 성과를 이뤄냈다"면서 "그런데, 돈벌이에 몰두한 대명은 제주동물파크사업을 추진해 선흘2리 주민들의 삶과 세계자연유산을 위협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지난 4월 9일 마을회 임시총회에서 주민투표를 실시한 결과 77%에 달하는 주민들의 뜻으로 '동물테마파크 반대'가 마을회의 공식입장으로 채택됐다.

이에 따라 반대대책위원회가 마을회의 공식적 기구로 출범했고, 정 이장이 반대위원장을 맡았다.

정 이장은 반대위 결성 후 기자회견을 통해 반대입장을 거듭 밝히는 한편, 환경영향평가 약식 협의 심의가 진행도던 4월 12일에는 도청 앞에서 사업승인절차를 중단할 것을 촉구하는 집회를 열기도 했다.

마을회 차원의 이러한 강고한 입장은 반대운동을 급속히 확산시켰는데, 5월 13일에는 조천읍 이장협의회가 "동물테마파크는 람사르습지도시를 훼손하는 반생태적이고 시대착오적 사업으로 즉각 중단돼야 한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5월 24일에는 선흘2리 마을회와 반대대책위원회 공동 주최로 '제주동물테마파크 반대 1만인 서명' 기자회견을 열어 이 사업에 대한 반대운동이 전국적으로 확산되고 있음을 선언했다.

6월14일 조천읍 람사르습지도시 지역관리위원회는 원희룡 지사에 사업자가 제주도에 제출한 내용이 '허위'라며, 이 에 대한 진위 규명과 함께 사업을 중단하라는 청원서를 제출했다.

그런데, "개발사업이 전면 철회될 때까지 끝까지 싸워 나갈 것"이라고 천명했던 정 이장이 지난 6월 28일 반대위원장을 사퇴하고 돌연 입장을 바꿨다.

그는 <헤드라인제주>와의 전화통화에서 입장변경 이유에 대해, "마을 주민들간 분란 때문"이라는 말로 갈음했다.

그와 사업자간의 협약체결 과정에서는 마을회의 개발위원회나 마을총회 의결과정을 거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는데, 정 이장은 이에 대해서도 문제 될 것이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이러한 혼돈의 상황 과정에서, 제주도정 책임론도 고개를 들고 있다.

제주도가 사업자의 편을 들며 주민들 내부의 찬반 갈등을 조장하고 이간질과 분열을 획책한 것 아니냐는 의혹도 나오고 있다.

지난 16일 제주도의회 행정사무조사 특위의 현장방문 자리에서 제주도청 담당국장이 "마을회의 공식입장은 찬성"이라고 몇번씩 강조한 '거짓 발언' 때문이다.

제주도정은 행정사무조사 자리에서 민의를 왜곡하는 거짓발언을 했음에도, 지금까지 공식적으로 이에 대해 해명조차 하지 않고 있다.

이 발언은 제주해군기지 인권침해 진상조사 결과 나왔던 유관기관 대책회의에서 제주도의 고위공무원이 "강정마을 주민들의 분열은 좋은 상황"이라고 발언했던 반도민적 사례와 묘하게 오버랩 되고 있다.

이번 도청 국장의 발언은 주민들간 찬반 갈등 프레임으로 논란의 본질을 덮어버리려는 목적 아니냐는 의구심을 받고 있다.

이 사업의 논란을 주민들간 찬반갈등의 문제인 것처럼 하면서, 사업승인을 내줄 수밖에 없는 명분을 만들어보겠다는 계산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찬반갈등을 조장하는 듯한 발언과 행보를 이어온 제주도정은 이번 선흘2리 마을공동체 갈등에 대한 책임론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전망이다. 

◆ 주민들 "공식절차 없이 체결한 협약서 원천무효...7억원에 마을 팔아넘겨"

지역주민들이 크게 격분해 하며 반발하고 있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주민들은 이번 협약체결에 대해 강력 규탄했다.

마을총회를 통해 공식 결성된 '선흘2리 대명제주동물테마파크 반대대책위원회'는 30일 성명을 내고 "마을회의 공식 절차없이 비밀리에 체결한 상생방안 협약서는 원천 무효"라면서 "원희룡 도지사는 원천무효 협약서를 반려하고 제주동물테마파크 변경승인을 취소하라"고 촉구했다.

반대위는 "지난 6월 28일 마을총회에서 정모 이장은 반대대책위 위원장을 사퇴하면서, 주민과 반대위와의 동의 없이 대명이나 제주도청과 접촉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면서 "하지만 지난 7월26일 정 이장은 이 약속을 깨고 마을의 공식절차인 개발위원회와 총회 의결없이 비밀리에 대명을 접촉해 상생방안 협약서에 독단적으로 도장을 찍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는 고작 7억원에 마을을 팔아먹은 것과 다름 없다"며 "마을회의 공식 절차없이 이장이 독단적으로 대명과 체결한 이 협약서는 원천무효임을 선언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원희룡 지사는 절차적 정당성을 상실한 상생방안 협약서를 당장 반려하고, 사업 승인을 취소하라"고 요구했다.

반대위는 "원 지사는 반려를 통해 청정과 공존의 제주를 만들겠다는 최소한의 의지를 보여야 한다"면서 "만약 원 지사가 이를 빌미로 제주동물테마파크 변경 승인에 도장을 찍는다면, 난개발을 자행한 도지사, 민주주의를 유린한 도지사라는 오명을 씻기 어려울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번 협약체결 파장과 관련해 제주도정에 대한 의구심도 제기됐다.

반대위는 "사실 이 상황은 A씨가 개인적으로 만든 임의단체인 일명 '동물테마파크 찬성위원회'를, 이장이 마을의 공식절차도 없이 독단적으로 승인하고, 이를 마을회의 공문을 통해 제주도청에 알리면서 어느 정도 예견됐다"면서 기존 마을총회 결정사항에 대해 뒤집기를 하려는 시도가 있었음을 지적했다.

이를 빌미로 지난 16일 행정사무조사 특위 현장 방문에서 제주도청 모 국장이 '마을이 사업을 찬성한다'라는 거짓 발언이 행해졌다는 것이다.

반대위는 "(도청 국장 발언 파장이 있은 후) 이장은 7월 23일 개발위를 열어 제주동물테마파크 사업에 대한 재투표를 실시하기 위한 총회 소집을 요구했으나, 이 계획은 개발위에서 부결됐다"면서 "이런 치밀한 계획이 차질을 빚자 이장은 비밀리에 대명과의 협약서에 도장을 찍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제주도청 공무원들 또한 그들 뒤에 숨어 시종일관 사업자를 도와 사업의 유치를 위해, 마을의 분열을 끊임없이 조장하고 있는 공범"이라며 제주도정의 '분열' 내지 '이간질' 획책 시도를 비판했다.

반대위는 "대명과 이장이 비밀리에 체결한 상생 협약서는 마을이 사업자를 위해 지켜야할 의무만 있고, 마을이 당연히 누려야 할 권리는 포기한 각서에 다름없다"고 성토했다.

이어 "이런 비상식적이고 굴욕적인 협약서는 원천무효"라며 "선흘2리 주민들은 이장에게 모든 법적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밝혔다.

또 "선흘2리 주민들은 이장에게 마을회의 공식절차 없이 비밀리에 대명과 협약서에 도장을 찍을 수 있는 법적 권리를 준 적이 없다"면서 "오직 이장의 권력은 주민들의 동의 하에서만 가능한 것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민들의 동의도 없이 비밀리에 협약서 도장을 찍은 이장에게 주민들은 민형사상 모든 법적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거듭 천명했다.

◆ '공유지 되팔기', '특혜' 논란 동물테마파크 개발사업은?

한편, 대명이 추진하는 제주동물테마파크 개발사업은 제주도의회 행정사무조사 대상으로, 인허가 과정의 특혜의혹을 규명하기 위한 조사가 곧 본격 시작될 예정이다.

이 사업은 120실 규모의 호텔을 비롯해 2만3497㎡ 규모의 실내관람시설인 일반존, 20만363㎡ 규모의 맹수 관람시설인 테마존, 매표소, 동물사, 동물병원, 글램핑장 등을 조성하는 것을 주 내용으로 한다.

이 사업은 람사르습지도시 세계자연유산마을에서 추진되는데다, 재추진 과정에서 제주도민의 공적 자산인 공유지 되팔기가 버젓이 행해졌고, 환경영향평가 절차가 면제되면서 많은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실제 이 사업의 진행과정을 보면, 2005년 제주도 투자진흥지구 1호로 지정됐으나, 업체 부도로 인해 공사가 전면 중단됐고 2015년 투자진흥지구에서 해제됐다. 이 과정에서 개발사업자가 공공성을 명분으로 사들였던 대단위 공유지를 제3자에게 매각해 막대한 시세차익을 챙긴 것으로 드러나 파장이 일었다.

뿐만 아니라, 사업이 중단된지 상당기간이 경과했고, 사업계획도 전면 수정돼 재추진되고 있음에도 원희룡 도정은 환경영향평가 절차를 면제하고 '재협의' 수준으로 갈음해 사업자와의 유착 의혹을 자초했다.

현재 선흘2리 지역주민들 뿐만 아니라 선인분교 학부모회와 조천읍 이장단협의회 등에서도 일제히 사업중단을 촉구하고 있고, 전국적으로 개발반대 '1만인 선언'이 이뤄졌다. 조천읍 람사르습지도시 지역관리위원회는 최근 원 지사에게 이 사업의 승인절차를 중단할 것을 공식 청원했다.

이번 '상생 협약서' 체결로 세계자연유산마을이자 람사르습지도시인 선흘2리는 마을공동체에 있어 심각한 위기상황을 맞고 있는 가운데, 주민들간 갈등조장을 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는 원희룡 도정이 이에 대해 어떤 입장을 밝힐지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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