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김모씨(28·여)는 전세금 마련을 위해 은행을 찾았다가 당황했다. 정부차원의 전·월세 지원 대책만 믿고 상담에 나섰지만 어떤 기준을 가져다 대도 부모 동의 없이는 상품 이용이 어려웠다. 김씨는 "올해 대학에 진학한 동생과 지낼 집을 구할 계획이었는데 결국 부모님 손을 빌리게 됐다"며 "지원책까지 나왔는데 취직도 모자라 혼인신고까지 해야 독립이 가능할 판"이라고 혀를 내둘렀다.
 
이처럼 상담이라도 진행된 경우는 그나마 사정이 나은 편이다. 26일 금융기관들에 따르면 '목돈 안드는 전세대출'을 취급하는 도내 금융 점포들 중 시행 한 달이 넘도록 단 한 건의 상담도 진행하지 못한 사례도 수두룩하다.
 
일선에서는 '어느 정도 예상했던 결과'라며 오히려 담담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목돈 안드는 전세대출은 부부합산 연소득 6000만원 이하의 무주택 세대주를 대상으로 하고 있다. 이는 주택금융공사가 보증하는 국민주택기금 전세자금대출의 자격요건인 연소득 5000만원 이하의 무주택 세대주 기준과 상당 부분 겹친다. 금리만 놓고 볼 때 국민주택기금 전세대출(근로자 서민전세자금대출)의 금리는 3.3%로 목돈 안드는 전세대출보다 최대 1%포인트 가량 저렴하다.
 
수요 예측에 있어서도 현실과 차이가 크다. 제도를 통해 구할 수 있는 전셋집이 한정적인데다 알아서 서류를 갖춘 뒤 직접 금융기관을 찾아 줄 '마음씨 좋은' 집주인을 만날 확률도 극히 드물기 때문이다. 또 전·월세 수요가 많은 20·30대에게 대출 자격 요건이 오히려 까다로운 것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목돈 안드는 전세 대출은 '주민등록등본상 부양가족이 있는 민법상 성년인 세대주'를 자격 요건으로 두고 있다. 특히 이들 요건 중에는 형제 또는 자매로 구성된 세대주인 경우 형제원의 나이를 만 20세 미만으로 제한하거나, 만 30세 미만의 미혼 세대주의 경우 최근 직계 가족과 1년 이상 동일 세대를 구성해야 하는 등 기준을 맞추기가 쉽지 않다.
 
'근로자·서민 전세자금대출'도 단독 세대주 기준을 '만 30세 이상'으로 설정하면서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